부동산신탁사 자산 중 절반이 '부실'…PF 터널 속 신음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슬기 기자 =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계속되면서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이 보유한 자산 중 절반 이상이 부실로 분류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 사업과 관련한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면서 신탁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수면 아래 잠재부실 리스크가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어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14개 모든 부동산신탁사들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평균 55%로, 전년 동기(45%) 대비 10%포인트(p) 높아졌다.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이 품고 있는 자산 중 절반 이상이 부실채권인 셈이다.
고정이하자산은 금융사가 채무상황능력 등을 고려해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하는데, 이중 고정이하자산비중은 총자산 가운데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부동산신탁사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자산신탁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이 86%로 전년 동기(34%) 대비 52%p 오르면서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우리자산신탁이 46%p 오르면서 70%로 뒤를 이었고, 신한자산신탁와 코리아신탁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p, 27%p씩 오르며 둘다 68%를 기록했다.
나머지 부동산신탁사들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교보자산신탁 60% ▲KB부동산신탁 57% ▲코람코·하나자산신탁 각각 52% ▲한국토지신탁 50% ▲무궁화신탁 47% ▲한국투자부동산신탁 44% ▲대한토지신탁 41% ▲대신자산신탁 32% ▲신영부동산신타기 21% 등의 순이었다.
고정이하자산만 보더라도 부동산신탁사들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최근 1년 동안에만 100% 가까이 늘었을 정도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들의 고정이하자산은 총 3조9천291억5천900만원으로, 전년 동기(1조9천680억4800만원) 대비 99.6%(1조9천611억1천100만원)나 증가했다.
부동산신탁사들의 건전성이 악화된 배경에는 신탁사의 보증을 기반으로 부동산 PF 대출을 일으키는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장에서 급증한 손실이 자리하고 있다.
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은 부동산 PF사업에서 시공 건설사의 규모가 작고 신용등급이 낮을 때 신탁사가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계약이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거의 없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최근 고금리와 미분양 등으로 부동산 PF를 맡은 건설사들이 흔들리자 이로 인한 여파가 부동산신탁업계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NICE신평은 부동산신탁업 14개사 중 등급을 보유 중인 8개사의 신탁계정대는 지난 6월 3조6천억원에서 내년 6월 3조8천억원~5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종 손실로 이어지는 규모도 1조3천억원~2조2천억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금융계열 신탁사의 예상 손실 규모는 9천억~1조4천억원으로 비금융계열 부동산 신탁사의 예상 손실 규모인 4천억~8천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기현 NICE신평 선임연구원은 "커버리지 부동산 신탁사들의 신탁계정대 변동 추이를 보면 2022년 말 300억원 수준이던 책준형 신탁계정대는 2023년 3천613억원,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8천400억원에 이른다"며 "금융계열 신탁사들을 중심으로 부실 정리가 가속화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책준형 신탁계정대 증가분이 차입형 증가분을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잠재 부실이 드러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준공 지연으로 충당금이 급증했고 PF사업장에 대한 보수적인 평가로 고정이하자산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신탁사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탁사들은 부실사업장에 대한 신속한 정리 및 우량 사업장의 기간내 준공을 통해 자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며 금리 하락 등 상황의 반전만 기다리며 부실 사업장을 갖고 있기보다 경·공매 등 조치를 통해 신속한 건전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https://news.einfomax.co.kr)